어느날 나는 새벽 기도를 마치고 시장을 돌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새벽부터 수고한다며 대접을 하고 싶으니 자신의 가게로 좀 들어오라는 것이다. 무엇을 대접하려고 그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 처럼 사람과 친밀해 지는 것도 없다는 생각에 그 사람의 초청에 응했다. 잔득 기대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음식이라고 주는 것이 '돼지코' 가 아닌가? 벌렁 뒤집어진 '돼지코' 는 금방이라도 살아날 것처럼 보였다. 이 사람이 나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군소리 없이 돼지코를 먹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듯 공포영화의 주인공처럼 미소를 지었다. 나도 질세라 적당한 웃음으로 응수했는데 이게 사단이 되었나 보다. 가게 주인은 기묘한 표정으로 다른 것도 좀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설마 또!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지만 돼지코를 먹은 마당에 달리 사양할 이유가 마땅치 않았다. 원하시면 그러시라고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뱃속은 이미 뒤틀려 있었다. " 이쯤에서 사건이 종결 되었으면 좋으련만." 가게 주인의 얼굴에는 사뭇 비장감마저 깃들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돼지 혀바닥을 잘라 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돼지코 때문에 비위가 많이 상해 있었는데 돼지 혀를 주는 것이 아닌가? 이쯤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할지 아니면 이런 몰상식한 행동이 어디 있냐고 야단을 쳐야 할지 울컥~! 분기가 솟았다. 나는 마음을 전정하고 "그래, 돼지코도 먹었는데 돼지 혀라고 못 먹겠는가? 상한 비위를 억누르고 어색한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나는 돼지 혀를 맛있다는 표정으로 먹어 주었다. 그리고는 음식을 주셔서 고맙다고 말한 후 장사 잘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 할테니 지금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이상하게 기도를 시작하니 분기가 가라앉았다. 축복해 달라고 기도 할 땐 목이 메었다. 그랬더니 기도를 마친 후 놀랍게도 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전도사님한테 장난을 쳤거든요." "용서해 주세요." "처음 전도사님을 봤을 때 우리와는 다른 사람일거라 생각 했어요." "벽이 있다는 느낌 이었죠." "이렇게 진실하신 분한테 몹쓸 짓을 했으니..."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후 그는 우리 교회의 교인이 되었고, 누구보다 하나님앞에 충성하는 열성신자가 되었다. 그 일이 있은지 사흘쯤 지나고 나니까 온 시장 안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여기 온 전도사 진짜야!" <장학일 목사>